2014년 9월 6일 토요일

[야구] 투수의 구질종류



투수의 구질종류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투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좋은 투수를 다수 보유한 팀이야말로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투수들이 던지는 구질도 해를 거듭할 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곧 보다 나은 투수로 거듭나기 위한 투수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인데, 홈플레이트 앞에서 화려한 무브먼트(movement)를 자랑하는 다양한 구질들을 하나 둘씩 알아 갈수록 야구를 보는 묘미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현란한 각도로 타자 앞에서 스핀이 먹혀,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의 방망이들을 연신 헛돌게 하는 다양한 구질들은 그런 의미에서 그것을 알기 위한 욕구는 많은 야구 매니아들을 매료 시키기에 충분하다. 자칭 `야구(메이저리그) 매니아`라면 여기 소개하는 다양한 구질들에 눈길을 집중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골프공에 딤플(보조개 같은 홈)이 있다면 야구공에는 심(seam)이 있다. 딤플로 인해 골프공은 비거리가 엄청나게 향상됐고 다양한 구질이 생겼다. 야구공은 `솔기`라고 번역되는 심(seam)이 있어서 공의 속도가 향상 돼고 다양한 변화구가 가능해졌다.

   공기와의 마찰이 많으면 속도가 떨어질 것 같지만 강한 회전으로 인해 실제로는 속도가 향상된다. 탁구공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심(seam)의 위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구질들이 세계 최고의 야구무대 `메이저리그`에 존재하며, 그 구질들의 특징이 어떤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1. 패스트 볼(일본식 명칭: 직구)

   우선 패스트 볼(fast ball)이라 함은 원어 자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투수들이 최고의 힘을 가해 던지는 빠른 공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흔히 직구라는 말로 쓰이고 있는데, 이 단어는 사실 적절하지 못하다. 속구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왜냐하면 패스트 볼에도 엄연히 투수들의 그립에 따라 무브먼트가 존재해서 `직구`라는 단어의 뜻과는 다르게 공이 일직선을 이루며 날아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수퍼 에이스 그렉 매덕스의 패스트 볼은 굉장한 무브먼트를 자랑해 왠만한 투수의 변화구보다 `더 변화구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 야구에서 실제로 타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너무도 많은 변화구들이 존재하지만, 사실 투수들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무기는 바로 이 패스트 볼이다. 투수와 포수간에 주어지는 거리 18.44m속에 약간의 무브먼트가 동반된 시속 140km의 패스트 볼만 구사할 줄 알아도 타자들은 0.4초-0.5초안에 투구를 판단, 공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패스트 볼이야말로 최고의 결정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패스트 볼의 종류는 많다. 라이징(rising) 패스트 볼과 컷(cut) 패스트 볼, 포심(four-seam)과 투심(two-seam) 패스트 볼이 바로 그것이다.


1) 라이징 패스트 볼: 원어 자체로 설명하자면 `떠오르는 빠른 볼`이란 뜻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공이 떠오를 수는 없다. 일반적인 패스트 볼이 내리 꽂히는 스타일인데 반해, 라이징 패스트 볼은 홈 플레이트 앞에 선 타자들이 느끼기에 약간의 하강 없이 곧바로 날아오기 때문에 실제로는 마치 `솟아오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즉, 이 볼의 특징은 바로 굉장한 볼의 회전에 기인한 볼 끝의 무브먼트란 말이며 타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종류의 패스트 볼은 라이징 패스트 볼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이다. `코리언 특급` 박찬호가 바로 이 라이징 패스트 볼로 유명하다. 라이징 패스트볼의 그립은 포심(four-seam)이다.


2) 컷 패스트 볼: 컷 패스트 볼이란 홈 플레이트 앞에서 볼 끝이 약간 좌우로 휘는 것을 말한다. 슬라이더와도 비슷하지만 스피드 자체가 패스트 볼과 별반 차이가 없고 슬라이더 처럼 크게 휘지도 않기 때문에 패스트 볼 종류에 포함된다.

이 볼의 가장 큰 장점은 타자들이 직구라고 생각하고 스윙을 하기 때문에 쉽게 범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반 패스트 볼과 컷 패스트 볼을 적절히 구분해 사용한다면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사이영상 수상자인 현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팻 헹켄과 팬들이 익히 잘 아는 마이크 햄튼이 이 구질을 즐겨 쓰면서 톡톡히 효과를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 양키스의 앤디 페팃도 컷 패스트볼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다.

그립은 포심 패스트볼과 비슷하지만 공을 릴리스 할 때 중지를 살짝 치고 가는 느낌이 들게 던진다. 보통 세미-슬라이더(semi-slider)라고도 부른다. 컷 패스트볼의 장점은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포심 패스트볼과 스피드가 거의 비슷하거나 1-2마일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패스트볼과 비슷한 구속이 나오는데 공의 움직임이 보인다면 이는 컷 패스트볼을 던진 것이다.

3) 포심 패스트 볼(four seam fastball): 투수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패스트볼 그립이다. 포심 그립이 가장 빠른 스피드를 낼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실밥을 여러개 잡을 수 있어 안정되게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립은 중지와 검지를 실밥이 네 군데에 걸치도록 잡고 엄지로 받쳐준다.

던지는 순간에 공을 손끝으로 강하게 채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강한 역회전이 걸려서 빠른 속도와 좋은 무브먼트를 얻을 수 있다. 150km 이상의 포심 패스트볼이 투수의 손 끝을 떠나 홈플레이트를 통과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0.41 초 정도. 타자가 구질을 판단하고 배트를 내밀어도 공이 먼저 포수미트로 빨려드는 확률이 높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큰 신장으로 인해 스트라이드(보폭)가 넓고 팔이 길다.
 
투수 플레이트에서 홈 플레이트까지 거리가 18.44 m 지만 실제로는 더 짧아지고 타자들은 공을 보고 친다기보다는 감으로 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코너워크가 된 150km 이상의 포심패스트볼은 투수에게는 가장 훌륭한 무기이며 타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포심 패스트볼은 사이드 와인더 처럼 좌우 변화가 심해서 테일링 패스트볼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박찬호 선수가 허리가 좋을 때 던지던 라이징 패스트볼은 강력한 역회전으로 인해 좋은 종속을 유지해서 나오는 구질이다. 홈플레이트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빨라서 중력의 영향을 그만큼 덜 받을 수 있고 타자입장에서는 떠오르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3) 투심 패스트 볼: 사람들이 흔히 일컫는 패스트 볼이란 네 손가락으로 잡고 던지는 포심(four-seam) 패스트 볼이다. 이에 반해 투심 패스트 볼은 두 손가락으로 공에 회전을 주는 `패스트볼`의 한 형태이다. 기본적으로 일반 패스트 볼과 동일한 딜리버리(투구 폼)에서 나오지만, 구속의 차이가 일정부분 존재하고 그 움직임이 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약간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좌우로 변화한다는 말이다. 때문에 싱커와도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역시 내야땅볼을 유도하기에 좋은 구질이라 하겠다.

투구폼이 포심이나 투심과 같고 속도도 많이 떨어지지 않으며 투구시에 포심의 80-90 %정도의 힘을 사용하므로 완투에 꼭 필요한 구질이다.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가 잘 던지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포심과 투심 그리고 컷패스트볼만으로 타자들을 제압한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로케이션의 패스트볼만으로도 그는 마무리의 중책을 수행하고 있다. 패스트볼의 중요성과 효과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때 한국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로케이션의 제왕` LG 트윈스의 정삼흠 선수(현 LG 2군 투수코치)가 즐겨 쓰던 구질로도 유명하다.


2. 커브 볼(curveball)

   투수들이 던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변화구가 바로 커브 볼이다. 또 던지는 방법도 쉽기 때문에 누구나 조금만 연습하면 커브 볼은 구사할 수가 있다. 커브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가 느리고 공이 위에서 아래로(종縱) 떨어진다는 점이다.

  볼이 가슴 쪽으로 날아오다가도 실제 홈플레이트 앞에서는 허리나 무릎 정도까지 내려오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피드 측면에서 살펴보면 90마일 정도의 패스트 볼(포심 패스트 볼)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면, 커브는 75마일에서 80마일 정도의 속도를 나타낸다. 즉,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오프-스피드 피칭의 기능도 한다는 말이다. 요즘은 투수들이 커브 구질에 대한 변화도 추구해서 종으로 휘는 각도가 더욱 요란한 `파워 커브`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심심찮게 사용하고 있다.

   특히, `코리언 특급` 박찬호의 커브 볼은 종으로 떨어지는 폭이 다소 작지만, 다이내믹하면서 몸 쪽에서 바깥쪽(좌타자의 경우, 바깥쪽에서 몸 쪽으로)으로 휘는(횡橫) 특징까지 보임으로써 이른바 `슬러브(슬라이더와 커브의 조합이라는 의미)`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커브의 귀재`로는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대럴 카일이 손꼽히는 데, 그의 커브 볼은 다른 투수들이 던지는 것 보다 떨어지는 폭과 각도가 매우 예리해 타자들을 현혹시키는 `최고의 커브`로 불렸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유망주인 안병학 선수의 커브도 낙차가 큰 편이다.


1) 파워커브

   횡(橫)으로 휘는 커브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다. 아래쪽으로 강한 스핀을 걸어야 하며 정통오버스로 투수가 구사하면 큰 효과가 있는 커브다. 테니스에서 볼 수 있는 탑스핀을 연상하면 되겠다.

   박찬호 선수도 파워커브를 심심치 않게 구사한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박찬호를 스카우트할 때 패스트볼과 함께 엄청나게 빠르고 낙차 크게 떨어지는 커브에 많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슬러브

   커브 같은 슬라이더 혹은 슬라이더 같은 커브라고 할 수 있다. 박찬호 선수의 스터프(stuff)로 좌타자 극복에 일등공신의 역할을 한 구질이다. 커브 보다 속도가 빠르고 휘는 각도는 적으며 슬라이더 보다는 느리지만 휘는 각이 조금 더 크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좌타자 무릎 쪽으로 파고들면 배트가 돌게 되고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급격하게 휘기 때문에 헛스윙을 많이 유도해낸다.

  친다고 하더라도 파울볼이나 빗맞은 땅볼이 될 확률이 높다. 우타자에게 구사하면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를 잡거나 ,가운데로 오다가 휘면서 바깥쪽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결정구로 많이 쓰인다. 이제는 타자들이 이 볼을 많이 파악했기 때문에 패스트볼의 속도를 향상시키거나 대체구질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 되고 있다.


3. 슬라이더(slider)

   슬라이더는 패스트 볼과 커브의 중간정도에 해당하는 구질이다. 즉, 커브가 종으로 휜다면 슬라이더는 횡으로 변하는 각을 주 스핀으로 하고 있으며 패스트 볼보다는 다소 느리지만, 커브보다는 상당히 빠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립은 검지와 중지를 나란히 붙여서 중지 밑에 바깥쪽 실밥이 놓이게 잡고 엄지는 포심을 잡을 때보다 안 쪽으로 잡는다

   한국의 경우 슬라이더는 투수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변화구 가운데 하나이지만, 실질적으로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는 커브나 체인지업보다는 인기가 없는 구질이다.

   그 주된 이유는 바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기본적으로 모두 장타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슬라이더가 제대로 구사되지 않을 경우, 장타를 허용할 위험성이 크고, 타자들의 팔이 유난히 길기 때문에 좌우로 변화하는 슬라이더를 컷(cut)해 내거나 단타를 이끌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팔꿈치를 사용해야 되기 때문에 부상의 우려가 크다는 점도 메이저리그에서 슬라이더를 꺼리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라이더는 여전히 가장 기본적인 변화구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슬라이더 또한 잡는 그립에 따라 여러 구종으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대개 `슬라이더`라는 단어 하나로 통칭되어 사용된다.

  슬라이더의 대표주자로는 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좌완 랜디 잔슨, 데이빗 콘, 샌프란시스코의 클로저 랍 넨,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잔 스몰츠 등이 손꼽힌다. 특히 스몰츠는 전성기 시절 `언히터블`의 슬라이더를 자랑하며 빅리그를 호령했지만 이후 무리한 슬라이더 구사로 인한 팔꿈치 부상을 당해야만 했고 이제는 슬라이더를 구사하지 않는다.


4. 체인지업(change-up)

   투수들이 피칭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다. 체인지업은 타이밍을 뺏고 헛스윙을 유도하는데는 최고의 무기이다. 패스트볼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적으로 이 보다 8-12마일 정도 느리게 하는 것이 체인지업이다.

   즉, 투구 폼과 투구시 팔의 속도는 패스트볼과 똑같지만 타자에게 날아오는 공은 훨씬 느린 공인 것이다. 좋은 직구를 가진 투수들이 이 체인지업을 잘 던지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야구 선수가 이 글을 읽는다면, 패스트볼을 던진다고 생각하고 그립(grip)만 바꾸는 것이 체인지업이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체인지업은 `느린 패스트 볼(일반 패스트 볼보다 보통 12-15km 속도가 느리다)`이라고 인지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현대 야구에서 타자들의 능력이 갈수록 증대 돼 아무리 빠르고 무브먼트가 좋은 패스트 볼이라도 눈에 익게 되면 안타(hit)를 허용하게 된다. 그래서 타자와 투수간에는 서로의 타이밍을 뺏기 위한 갈수록 치열해지는 머리싸움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투수들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절묘하게 뺏는 체인지업(느린 패스트 볼)을 탄생시켰다.

   약간의 무브먼트를 동반하면서 슬라이더와는 다르게 팔에 무리를 주지 않아 많은 투수들이 선호하는 구질 중 하나이다. 하지만 체인지업을 완전히 익히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완벽히 구사하기 쉽지 않은 구질이기에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체인지업 그립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볼을 느슨하게 쥐고 던진다는 점이다. 구사하는 사람 수만큼 종류가 다양하다는 체인지업. 그런 체인지업을 굳이 분류하자면 변화 종류에 따라 크게 서클 체인지업(circle change-up), 세 손가락 체인지업(three finger change-up), 손끝 체인지업(fingertip change-up), 팜 볼(palm ball) 등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서클 체인지업: 써클 체인지업은 쥐는 그립 모양이 꼭 OK같다고 해서 일명 `OK ball`이라고 칭해지기도 한다. 서클(circle)은 말 그대로 `원형을 이룬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집게 손가락(index finger)와 엄지손가락(Thumb)이 작은 원을 그리는 그립이다. 여기서 집게와 엄지가 닿아도 되고 거의 닿을 듯 말 듯 해도 상관 없다. 나머지 세 손가락은 공위에 나란히 올려 놓고 공을 안정되게 잡을 수 있도록 한다.

   서클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체인지업이다.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면 공의 움직임이 심해 아주 효과적이다. 우완투수가 우타자와 상대하면 주로 몸쪽으로 공이 휘어 들어간다. 하지만 마스터하기가 쉽지는 않다.

   서클 체인지업은 75-84마일의 구속이 나는 것이 보통이다. 공을 잡을 때는 패스트볼 그립 보다는 느슨하게 잡고 힘을 빼야 한다. 타자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패스트볼로 착각해 방망이가 더 빨리 나가 스윙을 하거나 아주 쉬운 땅볼이 되는 것이다.

   이 볼의 특징은 체인지업의 본래 특성인 스피드를 한껏 줄이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홈 플레이트 앞에서 약간의 좌우 변화까지 일으킨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오른손 타자의 몸 쪽으로 휘어져 들어온다는 의미. 그렇기 때문에 타자들은 타이밍을 뺏긴 상태에서 볼의 변화까지 감당해 내야 한다. 당연히 헛스윙의 확률이 크고 운 좋게 배트(bat)에 공을 맞췄다 할지라도 내야 땅볼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구사만 된다면 굉장한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구질이라 하겠다.

  서클 체인지업의 대가로는 현 보스튼 레드삭스의 슈퍼 에이스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인식되는 페드로 마티네스가 있는데 그의 써클 체인지업은 역회전이 워낙에 심해 `스크루 볼`로 착각할 정도라 한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탐 글래빈도 서클 체인지업을 잘 구사하기로 유명하며 뉴욕 메츠의 서재응도 이 서클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장착하고 있다.


2) 세 손가락 체인지업: 스리 핑거 체인지업(The Three-Fingered Change-up)라고 불린다. 서클 체인지업 보다는 배우기 쉬운 그립이다. 스리 핑거라는 말 그대로 세 손가락을 공의 위쪽에 잡고 엄지와 세끼 손가락을 공 아래쪽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그립이다.

   서클 체인지업이 우완투수가 던질 때 우타자 몸쪽으로 들어가는 반면 스리 핑거 체인지업은 아래로 약간 떨어지게 된다. 역시 서클 체인지업 처럼 패스트볼과 같은 폼과 팔 스피드로 이 공을 던져서 상대 타자의 눈 속임을 해야 한다. 만약 패스트볼과 조금이라도 스타일이 다르게 되면 타자가 눈치 채고 체인지업을 노리게 된다. 그러면 큰 것 한방을 맞을 수 있다.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밑으로 받치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위로 받친 채 던지는 체인지업을 일컫는다. 스리 핑거 체인지업은 거의 회전을 주지 않고 던지기 때문에 패스트 볼처럼 날아가지만 스피드가 확연히 떨어지고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약간 가라앉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타자의 타이밍을 뺏거나 병살타를 유도하는데는 최고의 체인지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타자에게 `수`를 읽힐 경우, 바로 홈런으로 연결되기 딱 좋은 구질이기도 하다.

3) 손끝 체인지업: 앞서도 말했지만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한 오프-스피드 피칭의 개념이지, 변화구는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말 그대로 손끝의 힘으로 던지는 손끝 체인지업은 스피드의 가감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인정을 받는 구질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다소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구인과 같이 손가락이 유난히 긴 선수들에게는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체인지업 종류 중 하나이다.

4) 팜 볼: 팜(Palm)은 손바닥을 말 한다. 공을 손바닥 위에 놓고 던지면 아무리 빨리 던지려고 해도 공이 빠르지 않다. 이것이 체인지업의 기본 개념이다. 즉, 패스트볼과 똑같은 스타일로 던지지만 공의 스피드는 많이 처지게 된다. 릴리스(release) 할 때 손가락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공의 회전이 없어 방망이에 맞더라도 멀리 날아가지 않는 장점이 있다. 과거 22연승 신화의 주인공인 박철순이 팜볼로 한국 타자들의 애를 먹인 적이 있다.

   손바닥을 이용해 마치 공을 미는 듯이 던지는 구질인 팜볼은 다른 체인지업과는 달리 볼을 손바닥에 밀착시켜 구사하는 게 특징인데, 이 경우 공은 거의 회전 없이 홈 플레이트까지 날아가 약간 가라앉는 특징을 보인다. 이것은 서클 체인지업과도 비슷한 경우인데, 써클 체인지업이 좌우의 변화를 일으키는 특성을 보인다면 팜 볼은 가라앉는 특성을 보인다.

5) 체인지업 매스터 하기: 체인지업을 매스터(master) 하기 위해서는 우선 캐치 볼을 할 때부터 그립을 잡고 연습 해볼 것을 추천한다. 그립에 익숙해지면 그때 본격적인 피칭을 해보는 것이 팔과 어깨에 좋다.

   보통 투수 코치들은 투수들이 경기 중에 10%-20%를 체인지업으로 던지길 원한다. 반면 많은 투수들은 체인지업을 던지길 원하지 않는다. 체인지업은 보통 스트라익 피칭이 아닌 유인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칭의 참맛을 느끼는 것은 상대타자와의 심리전에서 승리해 잘 맞춰 잡거나 스윙을 유도할때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그렉 매덕스, 뉴욕 메츠의 탐 글래빈등이 빠른 직구가 없이도 매년 좋은 성과를 올리는 것은 체인지업을 잘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보통 15-40%를 체인지업으로 던진다고 한다. 체인지업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가지 그립중 가장 편한 것을 찾는다. 공 스피드를 줄일 수 있는 그립을 찾아내야 한다.

▶손, 팔의 스피드는 아주 중요하다. 상대타자에게 패스트볼이 날아온다는 인식이 들게 해야 한다.

▶공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코너로 던지려 하지 말라. 체인지업은 플레이트 가운데 아래쪽을 향해 던져 상대타자가 스윙을 하도록 유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체인지업을 던져서 한방 맞았다고 꺼려하지 말아라. 패스트볼을 던져서 홈런을 허용한다고 패스트볼을 안던지지는 않을 것 아닌가.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시도할 것.


5. 싱커(sinker)


   싱커는 좌우(횡)변화는 거의 없고, 빠르게 날아오다가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급하게 떨어지는 구질로써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과 거의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지만, 던지는 방법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스플리터와 구분하여 정의된다. 싱커는 패스트 볼처럼 날아오다 홈 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히 가라앉는 특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헛스윙, 땅볼이나 병살타 유도에 아주 적격의 구질이다. 물론 패스트 볼보다는 느리지만 기본적으로 빠른 볼에 해당하며 싱킹(sinking) 패스트 볼이라고도 불려지고 있다.

   투심과 비슷한 그립에서 엄지를 약간 왼쪽으로 잡고 던질 때는 엄지를 안쪽으로 비틀면서 아래로 스핀을 준다. 싱커 볼의 대가로는 단연 자타가 공인하는 현 LA 다저스의 슈퍼에이스 케빈 브라운이 손꼽힌다. 브라운의 싱커는 일명 `하드 싱커`로 일컬어지기도 하는데 홈 플레이트 앞에서 급작스럽게 가라앉는 볼의 폭이 워낙 커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사이드 암 투수 기아 타이거스의 박충식이 싱커를 잘 구사하기로 유명하다. 싱커를 스터프로 가진 투수가 등판하면 내야진을 수비위주로 강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6. 스크루 볼(screwball)

   스크루 볼이란 쉽게 말해 `역회전`하는 공이다. 즉, 커브와 정반대의 궤적(자취)으로 우투수가 우타자를 상대로 스크루 볼을 던졌다면 볼이 타자의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몸 쪽으로 역회전 돼 들어오는 스핀을 말한다. 이 볼을 던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손목과 팔꿈치를 비틀어서 던져야 한다. 바로 부상의 우려가 가장 큰 구질이라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도 타자의 몸 쪽으로 파고드는 볼이란 제대로 구사만 된다면 굉장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부상의 위험성이 너무 크고 완벽한 구사 자체도 어려워 널리 쓰이지는 못하고 있다. 스크루 볼로 유명한 선수는 1981년 신인왕과 사이영상을 동시에 거머쥔 멕시코 출신 괴물 좌완 투수 퍼난도 발렌수엘라(Fernando Valenzuela)가 있었다. 현역 선수로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특급 셋업맨` 제프 넬슨이 스크루 볼을 구사한다. 국내에서는 두산의 조계현 선수가 잘 구사한다.


7. 스플리터(splitter)

   스플리터는 1980년대를 풍미했던 당시 휴스튼 애스트로스의 투수 마이크 스캇과 투수코치 로저 크레익에 의해 본격적으로 개발된 구질이다. 즉,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탄생한 구질이라는 말이다. 스플릿 핑거 패스트 볼 또는 SF 볼이라고도 불리는 구질은 모두 스플리터의 다른 이름들이다.

   보통 포크볼의 사촌이라고 부른다. 야구공의 실밥 옆으로 포크모양으로 두 손가락을 잡고 던진다. 던지는 팔의 각도나 스피드는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똑같다. 이 공을 개발한 마이크 스캇은 평범한 투수에서 300삼진 투수로 급성장 했고 86년에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플리터는 일반 패스트 볼의 구속, 싱커의 가라앉음, 그리고 포크 볼의 빠른 스핀 등 세 가지의 구질을 모두 섞어 놓은 듯한 특징을 보인다. 다시 말해, 패스트 볼처럼 날아오다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급 회전하며 뚝 떨어진다는 것.

   스플리터의 `마법`은 공이 패스트볼 처럼 날아가다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데 있다. 타자는 한가운데로 오는 패스트 볼을 예상하고 방망이를 휘두르게 된다. 헛스윙을 유도하기에 좋은 그립이다. 낙차가 생기는 것은 손가락과 실밥의 마찰 때문이다. 포크볼과 스플리터를 구분한다면 포크볼은 조금 넓게 잡고 던지는 것이다. 클레멘스의 경우 스플리터를 85-91마일의 속도로 던지기 때문에 타자들이 패스트볼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데다가 플레이트에서 낙차가 있기 때문에 왠만한 눈썰미를 가지지 않고서는 방망이가 나가게 되어 있다.

   타자 입장에서는 직구로 판단하고 스윙을 하게 되는데 결과는 헛스윙이거나 공의 윗 부분을 때려 땅볼을 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플리터가 제대로 떨어지지 않거나 높게 구사될 경우, 속도 느린 직구처럼 되어 버리기 때문에 장타 허용률 또한 높은 구질이 바로 스플리터라 하겠다.

   기본적으로 스플리터는 싱커와 다르게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던지는 공이기 때문에 투수들의 손가락 길이, 손목 스냅, 쥐는 그립 등에 따라서 다소 다른 양상을 띄기도 한다. 1980년대 이후 현대 야구의 투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질로 손꼽히기도 하는 스플리터는 현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에이스 로저 클레멘스가 가장 잘 구사한다는 평이며, 얼마 전까지 LA 다저스에서 `제 1 셋업맨` 역할을 하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트레이드 된 마이크 페터스도 `싱킹 스플리터`의 제왕이라는 별칭답게 스플리터를 잘 구사하는 투수이다.

   클레멘스는 "포크볼이나 스플리터는 타자를 속이는데 효과적이다. 이유는 손목 각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패스트볼(투심&포심)과 체인지업 그리고 스플리터(포크볼)은 손목의 각도와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타자들이 구별을 못한다. 그러나 커브나 슬라이더를 던지면 손목 모양과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타자들이 식별하게 된다"고 말했다.


8. 포크 볼(forkball)

   스플리터와 흡사한 구질이다. 차이점이라면 던질 때 스플리터 보다 손가락을 더 벌려 구사한다는 점 하나와 급회전에 의한 떨어지는 폭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이 말은 곧 스플리터 보다 손목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부상의 우려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징은 역시 패스트 볼처럼 날아오다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급회전하며 뚝 떨어지는 구질이다.

   1995년 혜성처럼 등장한 일본인 투수 히데오 노모가 `폭포수 포크 볼`로 유명하다. 노모의 포크 볼 하나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이다.


9. 너클볼(knuckleball)

   너클볼은 기본적으로 회전이 없는 전혀 볼이기 때문에 홈 플레이트 근처까지 날아오면 그 전진력을 거의 잃어 버려 바람이나 기압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흔들리게 되는 구질을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받는 포수나 던지는 투수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고 무 회전으로 인한 반발력도 적어서 맞더라도 장타가 나오기 어려운 구질로 알려져 있다. 대신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을 어쩔 수 없다. 회전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체인지업 구질 중 팜 볼과도 비교되지만 팜 볼과 너클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너클볼의 예측불허 `방향성`이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구질로 인식되는 너클볼을 던지는 투수가 등판하면 포수도 미트를 보다 큰 것으로 바꿔 사용한다고 한다. 그것은 물론 공이 어떻게 변화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너클볼의 대표적인 투수로는 은퇴한 탐 캔디아티와 현 보스튼 레드삭스의 팀 웨이크필드 등이 있다.

  이상 현대 야구에서 투수들에 의해 구사되는 구질들을 대부분 살펴보았다. 야구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너무도 세분화된 다양한 구질들. 이렇게 많은 구질들 중에서 패스트 볼을 제외하고 두 가지 구질 정도만 완벽히 구사할 수 있다해도 그 선수는 `특급 투수` 대열에 올라설 수 있다. 그만큼 하나의 구질이라도 완벽히 구사해 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구질의 개념을 정확히 머리에 넣은 채로 메이저리그 야구를 즐긴다면 보는 재미는 더욱 배가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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