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7일 목요일

향유네 야외 화장실 짓기

집을 짓기로 마음 먹은 다음부터 마음속에 계속 갈등이 되던것이 있었는데 그건 '화장실'이였다.

수세식 화장실을 집에 설치를 할것이냐, 말것이냐를 놓고 아내하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고, 생각도 많이 했었다.
기본적인 생각은... 내가 누는 똥과 오줌을 물로 씻겨버린다는 것이 물낭비와 퇴비화로 재생산하지 못하는 쓰레기를 만든다는 생각에 수세식화장실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손쉽게 버튼 하나로 똥을 내 눈앞에서만 안보이게 만드는 마술기계.
그건 분명 똥이 밥이 되고, 밥이 똥이 된다는 순환의 자연원리를 깨는 마술(魔술)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그래도..." ,"현실적으로...".... 몸조리할 아내와 도시에서 오시는 손님들... 등등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거부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미루다 미루다 결국 그 편리함이 주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수세식화장실을 내어달게 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선택의 갈등은  끝이 났지만, 내 마음속 한켠엔 왠지 죄책감이 자리잡게 되었다.
도시에서 사는 삶은 어쩔수 없다지만, 촌에 사는 나까지 그 주류의 대열에 끼였다는 죄책감.

그래서 그 죄책감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위안을 줄 야외 화장실을 짓게 되었다.
나의 죄를 속죄할 면죄부(?)인 셈이다.크~

1평짜리 조그만 건물 짓는다고 우습게 볼일이 아니다.
크기만 작을 뿐이지 집짓기의 모든 원리가 동일하게 들어가야 하고,  기초부터 지붕까지 필요한 물목은 왠만큼 똑같다.
먼저 실을 튕겨 직각을 맞추고 주춧돌을 놓았다. 역시 우리 싸부님과 함께 했다.



 기둥을 세우고, 수직이 되도록 옆에 지지목을 세워주었다.
마침 이흥렬씨가 귀농지 탐방차 우리집에 와서, 탐방은 미루고 한나절 일을 도와주고 갔다.

 

기둥위에 도리를 얹는데 엎을장,받을장으로 끼워 넣었다.
 

종도리 얹고, 그위에 서까래를 올려주고...
 

서까래 위에 루바를 붙혀주었다.
 

기둥 사이에 콤보판으로 벽을 채워주고, 문을 달으니 멋진 작은 집이 되었다.

바깥 화장실을 짓는데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생각은... '최대한 깨끗하고 편리하고 멋지게 짓는다' 였다.
집안에 편리한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이상, 그 편리함의 유혹을 제치고 나와서 일을 볼려면 '가고 싶은 화장실'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였다.
그래서 최대한 자재도 좋은 자재로 쓰고, 시간과 정성을 엄청 드렸다.
지으면서 농담으로 '이거 화장실로 하지말고 방갈로로 해서 민박 받아야 겠다'고 할 정도였다.^^

 

지붕에 방수시트를 붙히고 아스팔트 슁글을 붙혔다.
추운 겨울이니 방수시트나 슁글이 붙을리가 없다. 토치로 일일히 녹여가며 붙히는데 시간이 두배는 걸렸다.
아래 사진 화장실 뒷 벽면은 못쓰는 강화유리 샤워부스를 재활용해서 붙혔다. 채광도 좋아지고 보기도 고급스러우니 만족 두배!

 

집 구조는 대충 일단락 졌고, 화장실 설비(?)를 해야하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똥과 오줌을 분리하는 것. 왜냐면 두개가 섞였을때 냄새도 더 많이 나고, 거름으로서의 활용도도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먼저 똥통(어감이 좀~^^)을 쉽게 꺼낼수 있도록 통통받침을 할 철판밑에 바퀴를 용접하고...

 

밑의 사진처럼 바퀴판위에 똥통을 올려놓고, 변기 앞 부위쪽에 깔대기를 놓고 호스를 연결해 말통에 연결해서 오줌만 받을수 있게끔 설치했다.
똥통에는 톱밥이나 왕겨등을 먼저 깔아두고, 볼일을 본후 그 위에 왕겨등을 부을수 있게 끔 할것이다.
그럼 미관상도 괜찮고, 나중에 거름으로 쓸때도 자연스럽게 탄질율(탄소와 질소 비율)이 맞는 좋은 퇴비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오줌은 천연 요소 비료로서 질소질이 있는 액비가 되니, 잘 삭혀서 포도밭 액비로 활용할 것이다.

 

변기 위에서 본 모습. 깔대기가 좀 보기 생뚱맞지만 마땅한 다른 용품이 없어서...^^*
보기는 이래도 직접 생체실험(?)을 해보니 거의 99% 오줌을 분리 가능. 성능 만족!!

 

남자 소변기도 따로 설치해서 편하게 볼일을 볼수 있게 했고, 역시 호스로 오줌만 따로 모을수 있게 설치를 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집안에 있어도 나와서 볼일보고 싶은 화장실이 안될지...
진짜 공이 많이 들어간 나름의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오일 스테인을 바깥, 안쪽 다 발라주었는데, 이것도 좀 신경써서 투톤으로, 짙은 월넛 색상과 참나무색 두가지를 나눠서 칠하니 보기도 훨씬 고급스럽다.
자, 우리집에 오시면 꼭 바깥 화장실을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우리 집 거름도 보태줘서 좋고, 물도 절약해서 좋고, 쓰레기 안 만들어서 좋고...^^

 
출처 : 귀농운동본부 향유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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